처용암에서
                 
권영기

 

 

춘도섬 끝자락은
화물선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장다리꽃 무성하던
세죽마을
비닐 조각만 어지러히
폐가에 남아
저녁 바람에 쓸려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오래전 떠나 버린 포구
이곳에서의 나도
오늘이 마지막 일거라고 생각하며
마시다 남은 술병을 비우고
처용암으로 간다

 

 

 

 

 

 

비를 맞고 앉아있는 처용아!
폭풍이 불고 파도가 이는 밤
너는 무엇으로 괴로워 했고
어떤 일로 상처 받았는가
너도 나와 같은 슬픔으로
상처를 받았고 슬픔으로 괴로워 했는가
뭍으로 가지못한
외다리를 진흙에 묻어두고
불행 했으므로 더 불행 하여야 하는 너는
날마다 목줄기까지 차오르는 짠물을 삼키다
차가운 돌덩어리로 굳어 좌선 하고 있는 것이냐

오늘도 나는
고양이 같은 그의 얼굴 앞에
가족을 생각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갈래야  갈 수 없고 볼래야 볼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서
장님이 되고 귀까지 멀어 홀로 절망하고 있는
너의 비애를 나도 가지고 있다
너의 괴로움을 끌어 안는다
하늘엔 어지러히 별들이 자리이동하고
해풍은 하얀 포말 속으로 숨으며
잠들지 못하는 밤
공장 곳곳에서 빛나는 휘황한 불빛을 밟으며
나 이제 오던 길을 되돌아 가며 눈물 흘린다
어느날 깊은 어둠이 지나
홀로 으젓하게 서 있는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개운포 차디찬 돌에 악수를하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 처용암: 울산시 남구 황성동에 소재하고 있으며 신라 헌강왕때 동해 용왕의 아들인 처용이 이곳에 사람의 모습으로 화하여 뭍으로(개운포) 왔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조그만 바위 섬이다. 지금은 공업화에 따른 개발로 인하여 사람이 살지 않는 쓸쓸한 포구로 변하여 황폐해지고 있다.

* 춘도섬: 일명 동백섬 이라고도 하며 어부와 어린딸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섬이기도 하다.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나 10년전 까지만 하여도 출입을 할 수 있었으며 섬 안에는 절과 동백나무 그리고 세죽이라는대나무가(신라때 이곳의 세죽으로 만든 화살이 가장 유명하였다함.) 울창하였던 아름다운 섬이다. 처용암과 춘도섬과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약4Km).

▒▒▒ 권영기 시 모음 ▒▒▒▒

사월 | 처용암에서 | 울기 등대


작가 권영기님은 현재 HUVIS / SK케미칼(주) 수원공장에 근무하고 있는 계장기술인이며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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